안철수가 발표한 대통령선거 공식 포스터가 화제다. 기존의 대선후보 포스터와는 너무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포스터가 안철수의 투표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매우 흥미롭다.



안철수의 선거 포스터를 보면 제일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당명 ‘국민의당’ 문구가 빠져있다. 대신 포스터 속에서 안 후보는 ‘국민이 이긴다’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다. 


당명은 선거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거대정당의 후보인지 아니면 무소속 후보인지는 당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무소속 후보도 아니면서 포스터에 당명을 빼버리는 파격을 택했다. 이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견해가 나오고 있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대리 후보, 렌탈 후보를 거론하는데, 그 후보가 자신의 포스터에서 당명을 지웠다, 스스로 보수 세력의 정권 연장의 도구가 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안 후보를 공격했다.  


이석현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도 "안철수 후보는 왜 포스터에 국민의당 당명을 넣지 않았나. 40석도 안 되는 국민의당으로는 국정 안정을 기할 수 없어서 감춘 것 아닌가. 아니면 부패 기득권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감췄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철수 본인은 "선거 벽보에 대해 여러 말씀들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주 다른,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아마 첫 시도일 것이다. 저는 이번 벽보를 통해서 제 국정 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세계적인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서이다. 두 번째는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더라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것을 받아주지 않는 닫힌 마음이 있으면 새로운 시도들은 무산되기 마련"이라고 부연했다. 


선거 벽보 디자인을 세계적인 전문가에게 맡겼고, 자신이 리더로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의 포스터와 같이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이 확연하게 보인다.


  

지금까지의 선거 포스터들은 얼굴이 벽보에 크게 등장하고, 당 이름과 슬로건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얼굴을 크게 넣는 것은 큰 인물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이 하나있다. 아래는 노태우부터 박근혜까지의 역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들이다. 이 포스터들을 유심히 보면 무엇인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하였는가? 바로, 포스터에 얼굴이 작게 들어간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을 안철수 캠프에서 고려한 것인지는 알 수없지만, 역대 대통령 선거의 포스터들을 조사해보니 이러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흥미롭지 않은가?


안철수의 포스터는 이 것외에도 기존의 틀을 깬 점들이 몇가지 더 있다.

포스터 사진에서 그림자를 삭제 처리 하지 않은것이다. 이 문제로 안철수 후보 팬클럽에서 반발하기도 했었다. 

또한, 보통 자신의 기호번호와 이름이 잘보이도록 사진 위에 인쇄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안철수의 포스터에는 안철수사진의 손이 이름과 기호3번 숫자도 일부 가리고 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캠프에서는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사진을 그대로 썼다. 포토샵 보정은 최소화하며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스터 사진에서 안철수는 팔을 번쩍 들어보이며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는 포즈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의 팔 동작이 ‘V’자인 것은 ‘V3’백신을 무료로 배포해 국민에게 봉사해 온 후보의 과거 행적을 연상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안철수 선거 포스터의 제작자가 ‘광고 천재’ 이제석이라고 알려지면서, 이제석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제석은 지방대 출신으로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원쇼 페스티벌(최우수상), 클리오 어워드(동상), 애디 어워드(금상)를 비롯해 국제 광고제에서 29개의 메달을 휩쓸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광고 천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세계 유수의 광고 대행사에서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의 작품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 주목받았다.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직접 설립한 후에는 작품의 80~90%를 공익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13년 방송된 KBS2 ‘광고천재 이태백’은 실제 이제석 대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안철수가 자신의 선거 포스터를 이런 인물에게 맡긴것은 전략적으로 정말 잘한 판단이다. 비슷비슷한 기존의 선거 벽보 포스터를 광고천재라 불리는 핫한이에게 의뢰한 것은 한국 선거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만한 혁신이다. 

선거도 어떻게 보면 마케팅이 정말 중요한 분야이다. 선거를 마케팅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한 발상 자체가 굉장히 새롭고 획기적인 것이다.


안철수 자신도 "반드시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 자신이 있다. 아마 1번부터 5번까지 벽보를 보시면 나머지 벽보들은 누가 되나 대한민국은 변함 없이 똑같을 것이라는 상징 아니겠나, 3번 뽑아주시면 반드시 대한민국은 창의적,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안철수 포스터의 획기적인 혁신이 선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정확하게 계산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선거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혁신적인 시도 자체는 안철수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에게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바로 기존과는 다른 새정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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